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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이야기

히스토리의 사전적 의미는”사람들의 이야기”란 뜻이다. 축적된 지식과 경험의 보고인 역사를 통해 현재를 잘 운용하고 미래를 통찰해 나간다는데 중대한 의의가 있다 하겠다. 사건을 기록할 수 없었던 선사시대를 차치하고 역사이후 수많은 문명들이 흥망성쇠를 되풀이해 왔다. 범신문화를 배경으로하는 일본태생이요 철학을 전공한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이태리로 건너가 독학으로 유럽역사를 섭렵하고 유독 로마역사에 집념의 세월을 보내게 될 “로마인 이야기”시리즈를 집필하게 된 동기는 보다 넓은 마음으로 세계를 품고 사랑하자는 휴머니티의 발로라고 밝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역사가는 편견과 선입견으로부터 중립을 지킨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본서에서 다소 이교적 관점으로 사건을 조명하다보니 기독교를 폄하하는 경향이 다소 있다. 또 역사가는 과거를 해석할 때 먼저 추적하는 사건에 관한 사실성에 우선 근거하여 정립된 방향을 제시해야 함에도, 작가의 상상력을 십분 발휘하다 보니 연재소설 (다음편을 보지 않을 수 없도록 매료시키는가 하면, 회고형식의 반추 장면들 자주 등장) 같은 성향이 다분하여 독자에 따라 선호도가 엇갈릴 것 같다. 그럼에도 역사를 알기 쉽게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게 해주며, 기독교의 확산전후 역사 이면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사료된다.

고대문명하면 선사시대부터 AD500년까지를 말한다. 소위 ‘비옥한 초승달’이라 일컫는 메소포타미아문명이 개화한 이래 BC500년경 이집트, 인도, 중국등 강가를 중심으로 문명들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이후 고대문명의 두 정점인 그리스문명을 거쳐, 로마라는 도시국가가 시작되어 AD500년경 로마제국이 무너지고 중세로 이행하기전까지를 로마문명이라한다.

전작 15권중 14권까지의 대작이 무려 15년에 걸쳐 연차적으로 발표된다. 전체줄거리는 다음과 같이 개략된다. BC753년 로마도시국가 건설 - 건국초기 왕들에 의해 통치 – BC509 교만한 왕 축출되고 이후 500년간의 공화정체제시작 – 원수정(Consuls)과 원로원(Senates)에게 권력이양, 1년 1번 선거를 통해 상당히 진보적인 정치체제 구축 – BC60년경 대부분 인근 지중해 제압 – 군대장관끼리 내란 - BC49 Julius Caesar 정적을 제압하고 독재자로 권력독점 - BC27 Julius Caesar의 양자인 Octavians(Augustus)가 첫번째 로마황제가 되어 로마에 번영과 평화를 가져 옴 - 제정로마시대에 유럽, 북아프리카 및 근동지역까지 제국확장.

제국치세중 가장 두드러진 인물과 업적을 들자면, BC Julius Caesar 루비콘강 도강, AD1 Augustus 로마제도개혁정착, AD2 Hadrians 변경시찰 광대한 제국안보를 확보하고 통치제도를 재검토 하여 북부 변방의 방위선을 견고하게 구축하였다.

로마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로마군은 촘촘한 군단기지와 방위선(limes)으로 구성되었고 로마군단이 닦은 로마가도로 중무장한 채 하루 20마일(30km)을 행군하도록 잘 훈련되었다. 그들의 은빛기준선에 맞추어 일사분란하게 접전하는 광경은 보기만 해도 두려움을 줄만큼 압도적이었고 실제로 거의 모든 전투마다 대승을 거두었다. 병참(보급망)에 최우선을 두는 군통수 전략상 정복지마다 도로와 다리를 건설하여 유명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란 말을 남겼다.

제국의 전성기 출세가도는 무엇보다 군인이 되어 실력을 인정받는 것이었다. 초기 로마황제는 원로원 출신의 문무를 겸한 인재였지만, 방대한 제국을 원할하게 통치할 탁월한 인물은 흔치 않았고, 점차 무인들의 치열한 경쟁과 정적제거에 혈안이 되어 건국초 공화정체제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과는 멀어져 갔다.

유럽역사상 AD7-8경 야만족이 대거 유입한다. 이미 그 징조로 제국의 방위선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제국말기에는 이른바 로마인이 되어 로마시민권을 확보한 야만족일지라도, 전쟁터에서 장수로서 인정받으면 황위의 궐석시 따르는 부하들로부터 그 자리에 천거 된다. 따라서 철저한 실력위주의 계급사회에서 인간들이 실력자라 여겨 추대한 황제가 기대에 못미치면 그들 스스로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밤새 암살되는 황제들이 부지기수요 무모한 학살이 수없이 뒤따랐다.

이를 통찰한 사람이 콘스탄티누스대제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생사를 좌우하는 정적과의 대결 밀라노전투, 개시 전날밤 하나님 주신 꿈에서 계시하신대로 압승을 거두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도, 로마제국이 기독교국가가 되는데 있어, 제국의 통치이념으로 기독교가 적합한 것은 유일신의 위임권의 대리자로서 황제의 신성을, 아울러 황제 후계자 암살을 방지할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

결국 Palestine에서 발아하여 사회하층민으로 번져 당시 제국말기 신드룸에 젖어 허영, 방탕과 허무함에 사로잡혀있던 상류계층에 까지 침투하여 기독교가 로마의 정식국교화 까지 격세지감을 토로하는 저자는 이제 마지막 15권 저술에 몰두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14권말 ‘야만족장에게 황제의 딸이 시집가는’라는 어투로 보아 곧 임박할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이란 시대의 격류에 밀려 제국의 종말, 고대의 끝으로 대작을 마무리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렇지만 상상력과 필력이 대단한 저자일지라도 한가지 관점은 놓치고 있는 것 아닌지 생각된다. History 는 “전능자이신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이고, 고대 이교문화의 두 분수령이었던 헬레니즘과 로마니즘, 암흑기라고도 하는중세를 거쳐 , 근대 인간정신의 발현이라는 르네상스조차도 하나님 인도하시는 한 목표, 즉 천국확장에 있다는 것이다. 로마가도는 기독교의 세계화의 길을 먼저 평탄하게 했음을 저자 역시 행간에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근래 로마이야기를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다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주는 책자를 발견하게 되어 간략하게 “로마인이야기” 책소개 말미를 장식하고 싶다.

시대를 풍미하던 Virgil(BC 70-19 Eneid저자) 당대 사람들은 자기들의 도시 로마를 ‘불멸의 도시’라 불렀다고 하며, 금세기 서구문명이 로마문명에서 비롯되었다고 설파하고 있다. 언어, 예술및 종교 등에서 근대정신의 모체라고 한다.

특별히 기독교와 교회는 거의 300년간의 관용을 위한 투쟁을 거쳐 또 다른 100년간의 상승세를 얻게 되었다. 혁명적 결과가 아닌 길고도 긴 불굴의 투쟁의 산물이었다. 기독교문화의 행동규범과 이상에서 정반대 입장인 고대로마의 이교주의편에서 보더라도 그것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교주의 자체도 수세기를 거치면서 스스로 만족치 못하여 변화하고 있었고 만약 할수만 있다면 전능자를 자기식으로나마 찾으려 했다.

로마제국은 중세기 한때 참혹하게 파괴된 적이 있었지만 결국 그 폐허를 딛고 다시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르네상스이후 교회의 영화로운 수도가 되어 “불멸의 도시” 로서 로마가 견고히 서게 된다. 이제 로마는 이태리와 유럽의 수도가 아닌 서구지향적인 모든 지역의 이상향이 되었다.

북방 게르만과 동방 아랍족에 의해 제국의 통합은 무너졌지만 단지 외견상, 그 외적 멸망에도 불구하고 로마제국은 여전히 언어, 예술, 종교 , 조직, 및 이상에서 살아 계승되고 전수된다. 12세기 암흑기에서, 르네상스기에서 선명히, 로마정신은 로마에 정복된 유럽에 실현되고, 유럽문화는 고대로마의 역사를 재현하고 있으며, 현대세계 진입까지 차례로 나타나고 있다. 로마의 상사형인 대영제국은 그 절반이 로마의 모국어로 구성된 영어로써, 종교로써, 그리고 로마정신과 모국어에 기초한 교육방법으로 세상끝까지 나아가 정복하였다.

건국초부터 일곱언덕에서 시작된 군대와 법체제로 정복하고 조직하고,
종교로 정신세계를 다스리고, 르네상스의 문화로 궁정을 다스리고, 오늘날의 모든면에서 마치 지지 않는 해와같은 믿음으로 제국에서 가장 먼 지역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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