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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아홉시. 사실, 이른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낯간지러운 시간입니다..만
그것이, 전교인새벽예배를 보고 난 후, 아침식사가 끝난 후..,
그리고, 두 번째 SAT를 치루는 장소에 보니를 내려주고서, 코리아나마켙에 들러 장을 봐가지고
보슬이가 원하는 물건들을 떨궈준 후.. 한숨 돌리면서 지나가다가 들른 시간이라면
그다~지 늦은 건 아니라는 핑계는 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슬이가 사는 버클리대 앞, Channing을 나서서 Oxford 로 접어들어 언덕을 오르내리다가
Vine을 만나면 죄회전을 꺾어 두 블럭 내려오면 Walnut을 만나는데, 지나치면서 흘끔 본
길 가의 빅토리안식 집들이 새삼스럽게도 그날따라 유난히 예뻐보였습니다..
속으로만 안타까와하면서 지나가다가 혹시.. 하며 열어본 콤파트먼트에 얌전히 들어있는
내 사랑 똑딱이, 니콘 쿨픽스 4600.. 이제는 이렇게 두께가 두툼한 똑딱이들도 보기 어렵습니다.

끌리는데로 길가로 차를 붙였습니다.  마음에 들던 빅토리안식 집들은 이미 지나쳐갔고,
지나친 것들에 대해 마음 접는 훈련중인고로 (ㅋㅎㅎㅎ) 일단 차 세운 곳을 담았습니다.





버클리의 Jewish synagogue 입니다. 토요일이었으니까, 두 시간 후가 되면
이 일대가 정장에 skull cap(Jew's cap )쓴 사람들의 무리로 바빠지겠지요.

유태인들이라고 물론 그 열심이 모두 같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귀앞머리도 잘 보존하고, 안에 받쳐입는 앞치마같이 생긴 흉대의 끈도 검은 자켙 아래로
보이면서 무리지어서 회당을 향해 조근조근 걸어갑니다.






회관 앞, 잎새도 자라지 않는 작고 가녀린 나무가지 위에 Humming bird벌새가
집을 지었습니다. 엄지손가락만한 벌새이다보니까, 집평수도 적습니다..
테니스공보다 약간 클까말까.. 커피잔만 할까말까~.
나무 아래까지 가서 올려다보며 찍었더니 실제보다 높고 큰 나무로 보이는군요.



유태인 회당 맞은 편, Vine과 Walnut이 만나는 코너에 Peet's가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클래식음악과 함께 따뜻하게 퍼져있는 커피향..@.@*

낙원이로다~!!

작년 8월 29일에 타계한 Alfred Peet가 1966년에 세운 가게입니다.
그는 홀랜드에서 이민 온 1.5세대인데, 대대로 오랜 세대에 걸쳐 커피로스팅을 해 온 가정에서
자란 그는 그 가업을 이어받아 <할아버지의 커피점>이라는 이름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현재는 미국내, 100여개의 크고 작은 지점이 PEET'S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바로 이곳이 그 고향입니다.
다크로스트 커피가 전문인 피츠는 알라메다에 작은 로스팅 플랜트를 가지고 커피콩을
직접 신선하게 볶아서, 주로 원두를 팔고, 끓인 커피는 곁다리로 팔았는데,
이곳은 또한 유명한 스타벅스의 꿈이 시작된 곳이기도 합니다. 

Jerry Baldwin, Jim Raynolds와 또 한사람, 이름을 까먹은 삼인방은

Peet 에게서 볶은 커피빈을 공급받아 워싱턴주의 시애틀에 그 첫 아침의 문을 열었습니다.

좋은 커피콩과 좋은 로스팅기술로 인기를 끌던 스타벅스는 Peet's company와 합병하게 되고,

스타벅스는 1987년에 유명한 드리머, Howard Schultz를 새주인그룹으로 맞아들이면서
날카로운 역량으로 성장해가기 시작합니다.

반면.. Peet's는 그 산하 내에서도 횡적인 성장보다

원숙하고 진한 향미의 커피 이미지를 고집해왔습니다.
피츠의 한 해 매출액이 3억9천 3백만불임에 비해, 후발진인 스타벅스의 매출액은
그 백배에 가까운 290억만불이라는데, 글쎄, 그러나 그 숫자의 경이가 그렇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제게는 그보다.. 한 잔의 진~하고 놀라운 커피가 더 성큼 다가오니까요~.

사약을 받으시요~~

Peet's에는 충성스럽고 흔들리지 않는 loyal fan진영이 있습니다.
스타벅스보다 훨~씬 진한 그 커피향에 매료, 또는 중독되어 피츠를 사랑하는 사람들.
지난 8월, 알프레드 피트가 지병인 암으로 세상을 떴을 때, 버클리의 많은 이웃사람들이
100일에 걸쳐 그를 안타까움으로 기억하며 글을 남겼습니다. 

이것도 어떤 면으로 의미있는 삶 아니었겠습니까~, 한 가지에 팔 걷어부친 그 삶 말입니다.






  • profile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꾸루룩꾸루룩하는 소리에 "밤에 이게 뭔 소리여"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창문을 열어보았습니다. 조금전까지만해도 하늘의 별을 헤아리다 집에 들어왔었는데, 비가 오고 있었다니...이제 제대로된 봄이 오려나 봅니다. 잔인하디 잔인한 봄을 맞을 준비를 하며, 마음을 다짐해 봅니다. 나도 저 씨앗의 생명력처럼 내안의 어딘가에 생명을 싹튀울 용기와 인내의 마음을 견지하리라...

    집사님~~~
    평안하시죠?
    보니는 SAT 잘 치뤘나요?
    누구딸인데 설렁설렁했겠습니까...^^
    좋은날 보내시구요, 오래간만에 들렸다가 이쁜 사진들과 맛난 글을 읽고 갑니다.
  • profile
    근데요.. 누구세요?
    동백기름 바른 흑단머릿결처럼 자르르~흐르는 글이~.
    보니는 SAT 잘 '보았다'고 했습니다. 밀려쓴 것이 없었다고 얼마나 뿌듯해하던지.
  • profile
    <잘보고가신>님, 너무 감사합니다~.
    글에 윤기가 흐른 것이 너무나 당연~하였습니다~~. ^^
    항상 건강하세요. 많이많이 반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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