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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과 맞물린 봄을 찾다


 




 

 

아주 이른 아침도 아닌데, 일이 있어서 직장에 다녀오는 길에 우체국에 들렀습니다.

아직 안개에 젖어, 해가 오른 것을 눈치채지 못한 작은 상가는 고요합니다.

직장인들의 출근은 대략 끝났고, 주부들의 나들이는 아직 이른.. 아홉시.


 




 

안개를 담고 싶었는데, 내려왔던 안개의 승천은 벌써 시작되었는지,

담벼락을 감아치던 모습이 사라져갔습니다. 그저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고.

 

아직은 가로등이 의지되는 정도의 밝음.

목탄으로 그어놓은 것 같은 나뭇가지 안에 어떤 생명의 움직이는 소리가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워보입니다.. 손이 시려웠습니다. 아직은 겨울이니까.

 



 

그러나, 봄이 꾸겨진 옷을 털어내며 일어날 준비를 했습니다..안개로 목욕제계하고.

입춘이 지난 것이 벌써 몇 일인데, 아무렴요..

제가 그랬었지요, 자목련이 피었다고. 항상, 자목련이 먼저 핍니다..

도종환님의 <자목련>엔 이런 구절이 있는데..

 

"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자기도 알아달라고, 블루베리도 아주 성화입니다..^^

 



 

Penny Tree 라던가요~.

전, 더 이상은 근접촬영을 못 하것습니다,  촛!점!이 안 맞아서리.. 손은 떨리고. ^^
 






 

연하디 연한 잎파리로 그 두꺼운 가죽같은 표피를 우째 뜯었을까나..

살~겠다는 본능의 강인함이 놀랍습니다..

 



 

누가, 하나님께서는 높고 높은 곳에서 거룩하게 계시며

민초들의 작은 속사정들을 어찌 돌아보시냐고 하던가요..

 

누가, 하나님께서는 주무시며, 우리의 아픔을 모르고 계신다고 하던가요.

 

겨울은 깊었고 추웠고 어두웠습니다.

나무는 죽었고 가지는 마른 채 부서졌으며, 잎새들은 땅에 떨어져 짓밟혔고,

생명의 문들은 철저하게 닫힌 것 같아 보였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셨습니까..

그 분의 바삐 일하시는 소리, 그 분이 싹을 다듬고, 꽃에 색과 빛을 주시며

부드러움으로 단단함을 이기고 드러나게 하신.. 그 작은 징조를 우린 조금이라도 느꼈었나요..

 



 

햇철쭉이 피었습니다..

 



 

철쭉과 진달래.

 

회갈색 가지에 분홍 꽃만 보이면 진달래..

분홍 꽃과 연두잎사귀들이 같이보이면 그건, 여지없이 철쭉.


 



 

이럴 때.. 참 안쓰럽습니다..

이슬을 입고 너무나 앙징스럽게 선명하던 빨간 열매들은 똑딱이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가 없군요.. ㅡ.ㅡ^


 




 



 

햇장미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담은~ 순결한 첫 장미.

 




 

나에게 길고 긴 머리카락이 있다면 저 산안개처럼 넉넉히 풀어헤쳐

당신을 감싸리라.  - 류시화 -


 




 

별클리를 침노한 봄..

 
  • profile
    이 사진들도 벌써 2주 전입니다..
    그새, 벚꽃이 흐드러지고 간간히 햇살이 따갑기까지 하니까요..
  • profile
    오매~꽃구경 실컷 했네요. 이 사진이 2주 전이면 지금은 더 성화겠습니다. 한국은 오늘이 우수입니다. 강물 풀린다는.. 포항은 서울과 전혀 다른 날씨죠. 햇살 죽입니다. 집안 먼지가 훤히 보이니 짜증나서 뛰쳐나갈랍니다. 물론 선블럭 바르고...ㅎㅎ
  • profile
    제일 마지막 사진 좋습니다.. (제 기준으로..ㅎㅎ)..
    다음 주면 벌써 개학이네요.. 강의 노트에 쌓에 먼지를 털어야겠네요.
    제 연구실엔 먼지가 더 많답니다... 오랜 동안 쌓인 노하우라고나 할까..요.
  • profile
    그 cyclist를 거기 넣으려고.. 똑딱이 사진기 쪼으며 지둘렸따는 거 아닙니까~~..^^

    한국의 히트뉴스는 끊일 줄을 모르는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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